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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형법정주의 위배"…국책연구원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 반대



법조

    "죄형법정주의 위배"…국책연구원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 반대

    14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공동주최 국회 세미나
    김대근 연구위원 "형벌인듯 형벌같은 형벌아닌 제도"
    "판사가 무기징역 선고 때 가석방 여부 판단토록"
    전문가들 "가석방 없는 종신형, 죄형법정주의 위배"

    법무법인 덕수 김형태 변호사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8세미나실에서 열린 '사형제도 폐지 없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이대로 괜찮은가' 세미나에 좌장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폐지소위원회 제공법무법인 덕수 김형태 변호사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8세미나실에서 열린 '사형제도 폐지 없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이대로 괜찮은가' 세미나에 좌장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폐지소위원회 제공
    정부가 추진하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제도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사실상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판사가 무기징역을 선고할 때 가석방 허용 여부를 함께 결정하도록 한 정부 발의안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취지다. 죄형법정주의는 어떠한 행위가 범죄인지, 또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를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이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사형제 폐지 관련 세미나에서 "정부 발의안을 보면 형법 42조에 판사가 무기징역·금고를 선고할 때 가석방 허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며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마디로 형벌인 듯 형벌 아닌 형벌 같은 제도지만 사실 형벌이 아니"라면서 "어떤 범죄 행위가 받는 선고형이 사형인지 가석방 없는 무기형인지 예측 가능성이 없어져 법치국가적 정형성을 벗어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형벌의 문제는 입법 주체(국회)의 고유한 영역인데 법관이 개별 사건에서 이를 판단한다면 입법 형성권을 침해하고 입법과 사법을 분리하는 권력분립 원칙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현행 가석방 제도의 도입 취지와도 충돌한다고 짚었다. 김 연구위원은 "기결수에 한해 시행하는 가석방 제도는 수용자의 사회 복귀를 용이하게 하고 형 집행의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한다. 핵심은 '죄에 대한 뉘우침'이 뚜렷한지 교정당국이 면밀히 검토한다는 것"이라면서 "판결하면서 가석방 여부를 미리 판단하는 것은 제도 취지와 너무나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를 추진하면서 "가해자 인권보다 피해자와 유족의 인권을 먼저 생각할 때"라고 말한 것을 두고서도 김 연구위원은 "누구도 그 말을 부정하지 않고 동감한다. 하지만 이 제도는 피해자 인권과 가해자 인권이 충돌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인권이나 범죄 예방을 위한 다른 정책을 두고 아무 효과가 없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과 사형제폐지 시민단체연석회의, 더불어민주당 이상민·박용진·박주민·이탄희 의원 등이 공동 주최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폐지소위원회 총무인 김형태 변호사가 좌장을 맡았고, 김대근 연구위원과 부산과기대 이덕인 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했다. 김광현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과 심광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관, 최새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등은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덕인 교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의 태생적 한계를 짚었다. 이 교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사형제 폐지를 절실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설계된 대체재"라면서 "역할과 기능이 다른 사형제와 가석방 없는 종신형제를 서로 혼용하면 언젠가 오남용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고 위헌성 논란에 직면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 장관은 올해 7월 26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때 사형제와 관련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질문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위헌 여부 결정이 얼마 남지 않아 우리 사회는 결정 이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그런데 보름도 지나지 않아 정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추진을 공식화하며 입장을 바꿨다"고 꼬집었다.

    한편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긴 형법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이튿날 국회에 제출됐다. 올해 7~8월 서울 신림역과 분당 서현역 등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 살인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자 흉악범 처벌 강화를 위해 추진된 제도다.

    정부가 발의한 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법원은 사형과 (가석방을 허용하는)무기징역 외에도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징역·금고를 선고할 수 있다. 흉악범을 처벌하는 중벌이 하나 추가되는 셈이다.  

    정부는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우리나라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고, 무기의 징역 또는 금고를 선고받은 범죄자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될 수 있어 국민적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살인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킬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대법원의 사형 확정 판결도 2016년 이후 이뤄지지 않았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사형제 폐지 이후 대체안으로 논의된 제도다. 법무부는 사형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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